트로피는 소용 없다고요? '우승 좀 해본' 안동중 축구부의 철학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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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라이징스타미디어] 안동중 축구부 생활관에는 트로피 수납함이 있다. 선수단이나 코칭스태프는 물론, 방문객 역시도 이 곳을 지나쳐야 한다. 그간의 업적을 피부로 느끼기에 이만큼 좋은 전리품은 없다.

이 함은 빈 공간이 얼마 없을 정도다. 그도 그럴 것이 연령대 가장 큰 대회인 중등연맹전만 해도 고학년부 2년 연속 우승, 저학년부 3년 연속 우승 등 마지막까지 독식을 멈추지 않았다. 또, 지난달에는 청룡기 준우승으로 또 하나를 추가했다.

올해로 안동중 지도만 13년째인 지승현 감독이 이에 입을 열었다. "어쩌면 이 트로피들 다 소용 없거든요"라는 조금은 극단적으로 비칠 발언도 따랐다. 이른바 '트로피 무용론'을 펼친 그는 이면의 무언가를 놓쳐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.


초등부, 중등부, 고등부, 대학부.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연령대는 없다. 특히 중등부라면 이제 막 전문선수 삶을 시작하는 시기로 통한다. 신체적, 심리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수반하는 건 물론, 어엿한 축구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늠할 본격적인 장이 열린다.

지 감독은 이 초입에서 "방향성"이란 말을 자주 썼다. 마음 급하게 성과만 낼 게 아니라, 틀을 잘 짜놓는 게 먼저란 것이다. "성장하는 속도도 물론 중요하죠"라던 그는 "그런데 종착지를 정해놓고 시작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집니다. 방향을 잘 못 잡아놓고 속도만 빨라서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"라고 반문한다.

지 감독의 이런 철학엔 20여 년 전 발간된 어느 서적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.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998/1999시즌 챔피언스리그, 프리미어리그, FA컵 트레블(3관왕)을 기념해 책을 한 권 내놓는다.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목소리가 생생히 반영된 것으로 지 감독 역시 이를 이를 읽으며 지도자 꿈을 키웠다고.




그는 "퍼거슨 감독 말로는 프리미어리그를 뛸 만한 선수들은 모두 축구 영재라고 하더군요. 기술 훈련 1만 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는 경지입니다. 제가 계산을 쭉 해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"라고 말한다.

하지만 프리미어리거라고 해서 모두 같은 대접을 받는 건 아니다. 일종의 간택을 받은 축구 영재들 사이에서도 송곳처럼 튀어나와 시대를 주름 잡는 스페셜리스트들이 있더란 것이다. 우리가 돌아보기에도 수년, 수십년이 지나 기억에 남는 선수는 극소수다.

지 감독이 감명을 받은 부분도 이 대목이다. "영재는 영재일 뿐, 성공한 선수로 남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합니다. 멘탈이 뒷받침돼야 하는데, 이는 개인적인 평정심만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"라던 그는 "좋은 인성으로 팀 동료까지 위할 수 있는 스피릿을 퍼거슨 감독은 굉장히 강조했습니다"라고 전했다.

안동중 선수단을 향해 꾸준히 주입하는 것도 이 포인트다. 상급 레벨로 올라설수록 조직을 위할 줄 아는 선수들이 살아남는다는 걸 숱하게 목격한 그다. 지 감독은 "얼마나 배려하고 희생할 수 있느냐 싸움인 것 같습니다. 축구를 하다 보면 동료들 플레이가 별로인 날이 분명히 있어요. 그럴 때 화내거나 짜증내지 말고, 내가 한 발 더 뛰어서 저 자리까지 커버하고 함께 힘내보자는 거죠"라고 설명한다.

그러면서 쓰는 표현이 '그릇의 크기'다. "선수로서 그릇을 키우는 것, 그게 제가 말씀 드린 방향성입니다"라던 지 감독은 "올바른 방향이 설정돼야 기술, 피지컬 등 다른 부분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 성장에도 속도가 붙습니다"라고 주장한다. 또, "저는 안동중 3년 동안 엄청나게 대단한 선수로 성장해 졸업한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안 해봤어요. 우승 몇 번 더 하고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. 그릇이 안 돼 있으면 선수로서도, 인간으로서도 안 됩니다"라고 부연했다.

중등 선수에겐 이런 부분이 절실하다고 외치던 지 감독의 교육관. 안동중에서 축구를 배웠고, 배우고 있고, 배울 이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.

"제가 고3 선수 시절 때 청룡기에서 우승을 했어요. 이번에 다시 결승에 가니 감회도 남다르고 욕심도 나더군요. 최종 결과는 준우승이었지만, 우리 아이들 정말 대단하고 박수받을 만해요. 사실 저는 누군가 특출해 트로피를 더 따낸다는 것보다는 헌신하는 선수로 커나가길 바랍니다. 축구는 물론,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만들어주고 싶은 게 제 진짜 마음입니다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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